2026 상반기 결산

‘비워내기’와 ‘채우기’

 왜 그렇게 까지 하고 살았을까.

악순환의 한 가운데 들어가 있으면, 그 고리를 억지로 끊어내지 않고는 상황 파악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잘 해 보려고 애쓰고 있지만, 정작 잘 되지 못하게 꼭두각시 조정 당하고 있었다면? 그리고 사실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면? 그 악순환 속에서 구원해주는 이 하나 없고, 스스로 빠져나올 길이 안보인다면?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있는 힘껏 내달리고 있었던 난, 정신 차려보니 결국 벼랑 끝에 도달해 있다면? 그 꼭두각시 조정질로 정말 모든게 내 탓이라고 세뇌당하고 있다면?

처음엔 내가 잘하면 되지 생각했다가, 어어 이거 왜 이렇게 되는거지? 우왕좌왕하다가, 이런 된통 당한거였구나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억울함, 분노, 현타, 망연자실 등등 내가 왜 그렇게 까지 당하고 살았을까 싶은 마음이 들면서 내가 가엾어졌다. 그 다음엔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만든 원인 제공자에 대한 분노가 끊임없이 불타 올랐다. 그러다 공포의 감정까지 다다랐다. 작은 감각 하나로 감지되는 그 공포는, 제 정신으로 살 수 없게 만들었다.
내가 멘탈이 약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며 자책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힘들어하는 나마저 내가 채찍질을 하면 안되는 거였다. 난 나를 살리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내 인생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그 악순환을 끊어내야 했다.

그러면서, 그간 부정적인 감정들을 비워내기에 집중했다.
우선, 내 마음을 알아차려 주었다. 문득 떠오르는 여러 순간들의 나의 감정을 기억해주었다.
그때 그런 감정이 들 수 있는 것이라고 나를 다독여주었다. 잘 버틴거라고, 최선을 다한 거라고, 고생했다고. 나를 보듬어주었다.
가장 큰 복수는 용서다’ 라는 말은 와닿지 않는다. 앞으로는 어떨진 모르겠지만, 아직 그럴 그릇은 못 되었거나, 내가 더 잘 살고, 그가 망하는 꼴을 봐야지 왜 굳이 용서를? 이라는 마음도 한 켠에 있는게 사실이다. 그래서 당장의 용서보다는, 내 안에 쌓아왔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비워내려고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했다.

일상의 재정비,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기, 하고 싶었던 새로운 일 시도하기 등을 통해, 시간과 감정을 나를 중심으로 두기를 연습하고 있다.

비운 자리를 감사로 다시 채우기.

굉장히 어려운 숙제이다.
일상의 소소한 것으로도 감사함을 느끼고, 난관이 닥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의연하게 대처하고,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갈망을 놓아주고,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힘을 기르는 것.
매번 다짐을 하고 연습해보지만, 그 뿌리의 힘이 강하지 않아 번번히 원점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래서, 그나마 ‘긍정적’으로 마음을 고쳐 먹어본 것이, 작심 삼일이라도 계속 반복해 보자! 였다. 하루, 이틀 하다 삼일째 안했다고 쭉 포기하지 말고, 사일째 다시 첫 날 처럼 다시 다짐해보자. 그러면 포기하고 안하는 날 보다, 어떻게든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날들이 많아 지지 않을가. 그런 하루들이 모여, 내 시간을 밀도 있게 채우면, 좀 더 단단해진 뿌리를 갖게 되지 않을까.

작지만 좋은 감정들로 채워 나가면서, 26년도 하반기를 맞이해본다. 흠이 많고 불완전하지만, 더 단단해질 내 미래가 궁금하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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